no. 01

Jan 2025 • Essay

Enjoy, Sleep!

세상이 복잡할수록, 잠은 가장 단순하고 덤덤해져야 한다
white table lamp turned on beside clear glass bottle

놀이로서의 잠

현대인에게 잠은 늘 빚 같습니다. 빨리 자야 한다는 강박, 충분히 못 잤다는 불안감, 혹은 '피로를 회복해야 한다'는 임무가 부여되죠. 잠은 다음날의 생존을 위한 의무이거나 또는 격렬한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덤덤 스튜디오는 이러한 복잡한 정의를 모두 걷어냅니다.

자, 오늘만큼은 잠을 잘 의무를 내려놓고 그저 누워 있을 권리를 행사해보죠. 해야 할 일도, 생각해야 할 문제도 모두 침실 문 앞에 두고 옵니다. 이불 속의 푹신함, 나의 몸을 포근히 감싸주는 안락함이 있다면 바로 이 순간이 감정의 동요가 없는, 가장 안전하고 순수한 몰입의 기회입니다. 잠을 목적이 아닌 행위 그 자체로 존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불필요한 감정 낭비 없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잠은 나를 온전히 포용하는 가장 덤덤한 순간입니다.

밤이 되면 '멍청 모드' 로 전환하기

잠들기 전, 이성과 무의식이 교차하는 그 골든 타임. 당신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혹시 잠들기 직전까지 뉴스를 계속 읽고, 업무 메일을 체크하고, 내일 해야 할 일들을 고민하고 있진 않나요? 이건 마치 퇴근 후에도 직장에서 일을 계속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루 종일 복잡하게 돌아간 뇌에 불필요한 연장 근무를 시키는 것이죠. 밤이 되면 과감하게 '멍청 모드(Dumb Mode)'로 전환해보세요.

이성적인 정보 차단

침대에 누웠을 때 업무 관련 정보나 생산적인 계획들은 모두 당신의 뇌를 '실행 모드'로 전환시킵니다. 이런 것들은 침실 문을 닫는 순간 모두 종료되어야 합니다. 오늘의 문제는 내일 아침에, 그것도 침대에서 일어난 후에 생각해도 충분합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비이성적인 유희 허용

대신 가벼운 웹툰, 의미 없는 짤, 재미로 가득한 콘텐츠들에 몰입하세요. 흥미로운 것들, 쓸데없는 것들 말입니다. 이 순간의 비생산적인 즐거움이 당신의 생각을 단순하게 만들고, 무의식적인 기쁨을 선사합니다. 효율성과 논리에서 벗어나 순수한 감각적 즐거움으로 뇌를 충전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휴식의 진짜 모습입니다.

나만의 고요한 질서 만들기

머리맡을 완벽하게 정리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오히려 책, 담요, 작은 오브제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쌓아 올려보세요. 창의적인 난장판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 물건들이 주는 촉감과 시각적 자극이 복잡한 외부 생각 대신, 현재의 편안함에 집중하도록 돕습니다. 정돈과 아름다움도 좋지만, 때로는 무질서 속에서 더 진실한 휴식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잠은 당신 것이다

결국 잠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입니다. 세상이 정해준 '올바른 수면법'들을 의심해보세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 8시간을 자야 한다? 잠자리는 항상 깨끗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평균일 뿐, 진리가 아닙니다. 당신의 몸이 원하는 것, 당신의 마음이 편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밤 9시에 깊이 잠드는 사람도 있고, 자정이 되어야 잠이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완전한 침묵 속에서만 편안한 사람도 있고, 약한 배경음악이 있어야 좋은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덤덤하게, 자신의 리듬을 따르세요.

에필로그

오늘 밤, 당신이 침대에 누웠을 때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깊은 수면이 아니어도, 생산적이지 않아도, 모든 피로가 회복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어떤 성과도 달성하지 못했어도, 어떤 의무도 완수하지 못했어도 상관없습니다. 단지 거기 있는 것. 그것만으로 당신은 이미 자신을 충분히 돌보고 있는 것입니다.

잠은 노동의 끝이 아니라, 당신이 당신으로 돌아오는 가장 덤덤한 순간입니다.